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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그래요:)/테드의 책 이야기:)

과학 트라우마를 이겨내게 해준 책, 사피엔스


** 다음책 링크



과학 하면 질색하는 내가 완독을?


사실 나는 과학책을, 아니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질색(窒塞)”이라는 단어를 써도 무방할 정도가 아닐까 한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서 영어영문학을 배운 내게 과학은 복잡한 원소기호였고 요상한 이론들의 집합체 같았다. 책을 고른 웬만하면 정독하여 완주하는 내가 대학시절추천 필독도서라는 이유로 리처드 도킨스의이기적 유전자 손에 잡았다가 중도 포기한 경험도 과학과의 나름 악연(?)이라면 악연일 테다. 


 이렇게 과학에 대한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를 조금이나마 내려놓게 해준 책이 있었으니, 바로 유발 하라리의사피엔스. 디지털에 익숙한 신인류답게 e북과 오디오북으로 최근 달여간 읽어내려갔던 책을 과학책으로 명명하는 것이 적합할지는 사실 모르겠다. 사피엔스라는 인류학적 종을 중심으로 분명 과학적 관점을 주로 하고 있지만 인류의 역사와 경제, 문화 등을 광범위한 스펙트럼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책을 과학책이라 보고 과감히 서평을 적는 이유는 다양한 학문과 연결되는 짜임새 있는 서술로과학은 그저 어려운 것이다라는 편견을 주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가지 인사이트를 적어본다. 



상상의 질서, 우리를 움직이는


지구환경상의 급변, 다른 종들과의 경쟁 속에서 호모 사피엔스만이 생존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상상의 질서 중심으로 풀어낸다.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상상으로 만들어 내어 질서를 부여하는 인간의 인지능력이 농업혁명을 이끌어내고, 과학혁명을 뒤따르게 했으며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과 발전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국가와 정치, 경제, 종교 지금 우리가 실체라고 여기며 마주 대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상상의 산물이며 이러한 것들이 인간사회를 더욱 단단하게 해왔음을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가령 인간이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사실은 밀이 인간을 길들였다는 내용과 같은 부분은 학구적로만 느껴질 있는 언뜻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과학적 이론과 언어들을 상상과 호기심의 관점에서 쉽게 풀어낸 부분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것들


그렇다고 책이 어떤 과학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한발 자욱 물러서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그림과 흐름을 있게 해준다. 흐름 위에서 우리의 위치와 나아갈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과학, 그리고 과학의 도움으로 이룩해낸 역사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그래서 나는 누구이고 그들은 누구이며,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오밀조밀하게 짜여 있지만 정작 중요하지는 않은 것들에 빠져있느라 정작 숲을 못보고 나무만 것은 아닐지 책은 되새겨 보게 한다. 다른 이야기지만, 사회공헌 하겠답시고 경제적인 이익을 내려놓으며 보람된 이력을 차곡차곡 쌓아가다가 다시 역시 돈이 중요하다며 그림을 못보고 진로 상의 오판을 했던 지난 모습이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떠올랐다. 하루를 사느라 전체로서의 삶을, 꿈을 꾸지 못하는 것은 누구라도 경계해야 점이겠지만 말이다.



답을 얻을 없는 질문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에 근거한 상상을 바탕으로 마치 소설처럼 서술한 책을 읽어 내려가다가 문장이 눈에 불현듯 들어왔다. 어쩌면 과학이라는 것은 처음에는 답을 얻을 없는 질문의 덩어리 하나하나였겠지만 그것이 여럿의 상상이 되었을 답을 찾고 다른 길을 찾는 것은 아닐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알기 위해서는 물어야 하는 또한 맞는 같다. 이것은 비단 과학뿐만 아니라 사회, 개인의 속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설령 그것이 당장 도움이 되는 답이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질문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하는 . 그것이 상상의 힘을 빌리는 것이고 그리고 우리의 위치와 방향을 찾아가는 일일 테니 말이다.


인류사 전체를 상상을 통해 꿰어내어 과학이라는 멋진 진주의 냉정하면서도 긍정적인 양면을 보여주는 사피엔스, 나처럼 과학이 낯선 누구더라도 감히 추천한다. 아마 완독의 기적이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