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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미래를 향해:)/다음 세대를 위한 발걸음:)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다.

# 프레이니, 프레이너가 되지 않다.

 


바야흐로 1년 전, 난 국내 3대 PR 대행사 중 하나인 프레인(Prain)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고 있더랬다. 인턴제도야 본래부터 있었지만, PR 꿈나무(?) 육성차원으로 프레인에서는 공식인턴제도를 도입했고 난 프레이니 1기가 되었다. 작년 7월 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삼성전자와 테일러메이드-아디다스골프의 온라인 PR을 담당했던 경험은 내가 PR에 눈을 뜬 계기였다.


써니 블로그 기자단 활동과 삼성 스토리텔러 활동으로 다져진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기본기는 프레이니를 하는 동안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학생으로서 대외활동을 하는 동시에 실무자로 기업의 소셜 커뮤니케이션을 대행해보는 경험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니까.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2010년 12월이 되었다. 딱 이맘때였던 것 같다. 6개월 대장정의 수료를 앞두고 있던 우리 프레이니 1기들은 정직전환과 포기를 고민했다. 일부인원은 정직전환에 예스했고, 남은 인원은 노를 외쳤다. 나는, '노' 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PR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때는 그저, '갑과 을'이라는 것만 눈에 보였던 것 같다. 어리석게도. 


# 학교, 그리고 취업

그렇게 나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둔 학교로 돌아왔다. 목표는 하나도 둘도 취업. 그것도 '대'가 앞에 붙는 기업에 취업하는 것. 수업은 듣는 둥 마는 둥이었고, 학기 내내 자소서와 토익공부를 하는데 바빴다. 솔직히, 블로그기자단으로 열심히 활동했던 그곳의 PR팀에 입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기위해서는 인턴이 되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류전형에 통과하고 인/적성 시험도 패스해야 했다.

서류전형은 다행히도 운 좋게 통과, 그러나 수학, 아니 산수에 젬병이었던 나. 학교 시험기간에 인적성 공부에 매달리면서까지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탈락. 합격자를 조회하던 그날 '경주행 KTX'에서 흘렸던 눈물..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탈락의 그날 받게 된 한 통의 최종 합격 문자. 후순위로 생각하고 있던 한 교육그룹 홍보팀에 합격했다.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컸지만, 누군가는 서류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때에 배부른 고민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그 곳에 입사했다.

 
# 뜨거웠던 여름, 차가웠던 마음.. 그곳을 나오다.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그런 기업은 아니지만, 나름 재계 상위의 중견기업에 속했던 그 곳. 신입사원 연수를 떠나서도 솔직히 아쉬움은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어딜 가서든 내가 배우기 나름이다." 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열심히 연수를 받았다. 

그러나 난, 머지 않아 그 곳을 나.왔.다. 갑자기 쓰러지신 엄마의 병간호 문제가 가장 크긴 했지만, 이 곳이 내가 머물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판단도 컸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사회공헌을 품고 있던 나의 비전, 하지만 '영업'에 근간을 두고 있던 회사, 보장된 '연봉'만이 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회사에 더 남아있는 다면 그건 회사에도 피해일 뿐. 유난히드 뜨거웠던 지난 여름, 마음 속 차가운 바람을 안고 나는 그곳을 나.왔.다.

몇 달이 지난 지금, 다시 그때를 생각해본다. 만약 다시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사표아닌 사표를 제출했을 것 같다. 물론 마음 한 켠엔, 내가 남아서 변화를 이끌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조직은 생각보다 견고해보였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후회하지 않을 선택임을 믿었다.


#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다.

나는 지금,  비영리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IT기업의 기부를 통해 만들어진 비영리 재단이며 난 이곳에서 비영리조직의 IT 적응을 돕는 일을 맡고 있다. 구체적으로 업무를 말하면 IT 팁과 인사이트를 전하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관리한다. 이 외에도 여러 웹서비스의 관리와 컨퍼런스 기획 및 진행 등의 업무도 서서히 배워가고 있다. 내년에는 몇 가지의 신규사업을 런칭, 더욱 많은 배움을 이어갈 예정이다.

나를 잘 아는 친구 하나가 얼마전 물었다. (잠깐이었지만) 영리에서 비영리로 간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난 솔직히 답했다. '돈' 빼고는 다 만족이라고. 아직 사회초년생에 불과해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이 아니면 찾기 어려울 것 같다. '김주원'이라는 브랜드만의 차별성이 분명해지고, 거기에 '진성성'까지 더하게 된다면, 돈은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오지 않을까. 돈은 어차피 돌고 도는 것이니까. 그리고 비영리 한다고 해서 굶어죽지는 않는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부족하지만) 내가 몇년간 쌓아 온 내공이고, 사회공헌은 그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목표이자 채널이 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 '온라인 PR'과 'CSR'을 함께 실무로 하고 있는 나는 지금, 행복하다. 앞으로 1년이 지나면 나는 또 이런 저런 선택에 대해 나를 평가하고, 합리화하기도 하겠지.

그래도 잊지는 말자. 지금 잘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