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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그 따스한 인연

굿바이, 본동:)


2년 1개월 간 활약(?)했던 공익근무가 끝났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시간은 참 빠르다. 공익 기간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조금씩 정리해 볼까.


#1. 논산의 추억, 첫 출근의 기억


공군 입대 후 재검 끝에 공익근무 판정을 받은 나는 2008년 1월 31일에 논산훈련소로 입소하게 되었다. 한달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서울대입구역에 있는 사회복무센터에서 교육을 또 받은 후 본동으로 오게되었지. 출근 첫날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오르던 게 정말 엊그제 같구나.  처음 사무실 문을 들어설 때의 그 뻘쭘함이란. 낯섬. 익숙함. 어쨌든 시간은 흐르더라.

본래는 2년의 복무기간을 알차게 세분화해서 컨텐츠로 남겨보려고 했건만, 시간은 자꾸만 가고 기억은 무뎌진다. 지금 하는 일들에 좀 더 익숙해지면 짬을 내어 작성해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복무 마지막의 기억들, 사진들 만을 남긴다. 

#2. 마지막 출근, 고마운 사람들:)

이분들, 2년여의 시간 속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분들을 꼽으라면 바로 노인특화 어르신들과 이분들이 아닐까. 매주 월요일에 진행되던 신체활동, 복지관 위 공터에서 배드민턴을 치다가 언젠가부터 노들역 인근의 백마탁구장에서 탁구를 하게 되었지. 가장 왼쪽편에 앉아계신 재주씨는 다리가 성치 못하셔서 오래 서있기 힘드심에도 불구, 탁구실력이 정말 수준급이었다.  하늘농장을 묵묵하게 이끌며, 만날 때 마다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시던 반장님, 아니 박영명 아버님. 나이는 많으시지만 아이같은 마음을 가지신, 소주를 정말 좋아하는 동연씨. 공부하고 대화하는 데에 열정이 넘치셨던 희찬씨. 지나칠 정도로 밝고 웃음 넘치던, 그래서 오히려 늘 웃으며 받아 주지는 못했던 신철씨. 이분들을 통해 나는 사람의 소중함, 그리고 감사를 느꼈다.


오박사님과는 단독컷. 이분의 본명은 오영자 어머님이지만, 모두가 이분을 오박사라 부른다. 워낙 말씀도 많으시고 이것저것 박식하시기 때문에^^ 넘치는 에너지로 박스를 주으러 다니시는 모습은 정말 대단! 자활단일이 끝나셨음에도 불구하고 매주 나오셔서 봉사를 하신것도 감동이었다. 말은 다소 거칠었지만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시던, 그리고 그 에너지. 오랫동안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감사했어요:)



도시락, 밑반찬을 돌리면서 많이 친해졌던 자활단 어머님들. 사실 2008년 처음 본동에 왔을 때 계시던 분은 안경애 어머님밖엔 없는 것 같다. 2년 동안 자활단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증거이겠지. 가끔씩 서로서로 큰소리를 내시긴 하지만, 마음씨 좋은 어머님들이시다. 모두 그동안 감사했어요!^^


방과후 아동들을 위해 정성스런 저녁을 준비하시던 이숙자 어머님과 임유순 어머님. 2008년 5월 부터 2009년 5월까지, 국제교류자원봉사망 한국어교실에서 보조교사로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봉사를 하던 나. 수업 시작이 7시였기 때문에 6시에 일 마치고 중앙일보사까지 가다보면 저녁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다가 언제였던가. 내가 공익하면서 봉사활동으 하고 있는 걸 아신 탁과장님이, 수요일은 복지관에서 저녁 먹고 가라시며 배려해주셨다. 덕분에 난 수요일마다 어머님들이 준비하신 맛있는 저녁을 먹고 든든하게 봉사에 임할 수 있었다. 봉사를 마치면서 석식은 더 이상 먹지 않게 되었지만, 두 분은 언제나 날 반갑게 맞아 주셨다^^ 감사합니다:)


금요일에 밑반찬 봉사을 나오시던 어머님들. 처음엔 이분들의 이름도 얼굴도 몰랐지만, 이제는 이름부터 특징까지 다 꿰고 있다. 좌측부터 신복식, 고경숙, 오영자, 석란기 어머님. 화요일 어머님들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좀 더 젊으셔서 그런지 친근감이 덜했지만, 이분들은 인사도 잘 받아주시고 "우리 멋쟁이"하시며 밑반찬도 가끔 몰래몰래 챙겨주셨다^^ 해제하는 날도 아쉬워하시며 나가서 잊지 말고 열심히 생활하라 하셨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현재어머님과 조리사님. 이현재어머님은 경로식당, 석식, 밑반찬까지 정말 다방면에서 열심히 봉사를 하시는 분이다. 또한 귀여운 손주를 유치원에 보내시는데, 가끔 출근할 때마다 만나면 수줍어하던 아이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 조리사님은, 매일 맛있는 점심을 준비해주시고, 가끔은 수고한다고 음료수도 챙겨주시기도 했던. 경로식당 밥 못먹는게 참 아쉽구나!ㅠ 두 분도 정말 감사했어요!^^


담당자와 공익들. 대희는 사진찍느라 못나왔구나? 우리 공익후임님들에겐 별다르게 길게 해줄 말이..무튼, 영록이는 1년 반정도를 함께 했고, 진우는 3달 정도. 대희는 한 달. 원희는 한 2주 봤나.. 그저 기간 잘 채우고 몸건강히 나오길 바란다는 말 밖엔. 사고 치치들 말고. 어쨌든 함께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니까. 정은 남으리. 수고수고!


사회복무요원 담당자 상민쌤과 식사배달 담당자인 유성현쌤. 상민쌤은 1년 정도를 함께 했고, 성현쌤은 11월부터 4개월 정도를 함께 했다. 두 분다 밝고 긍정적이셔서 일하기에 참 좋았던. 두 분 덕분에 말년을 편히 보낸 것 같다:) 외근나가서 나누던 이야기들, 잊지 않을게요!  

#3. 열심히..살자:)

여기까지가 2년간의 공익생활을 정리하는 마지막 날의 사진들이다. 정말 시간이 금방갔구나.(비공개로 걸려있던 이 글을 수정하는 이순간, 벌써 소집해제한지 한달이 다되어가는 즈음이네) 복무하면서 기분이 좋을 때도, 안좋을 때도 참 많았는데, 하루하루가 특별히 지겹거나 힘들지 않았던 것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2년여의 기간동안 체득한 듯 하다. 감사한 많은 사람들, 때로는 노량진의 어떤 골목, 거리에서, 때로는 한강이 바라다보이는 복지관 옥상에서 했던 수많은 생각들. 그 마음들을 어찌 잊으랴. 어쨌든 한국청년의 최대 근심거리라 할 수 있는 병역을 해결했구나. 많은 것을 얻은 시간. 값지게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