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시험을 보고 집에서 잠시 쉬다가 외출을 하고 들어왔던 저녁, 근초고왕을 시청하고 채널을 돌리니 다큐멘터리 3일이 방송되고 있었다. 본래 즐겨보는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스크린 속 익숙한 건물들과 모습들에 바로 시선이 고정되었다. 이번 편이 바로 노량진 편이었기 때문이다.
수험생은 아니었지만..그래도 노량진..
그렇다. 나는 방송 속 학생들과 같이 수능이나 고시를 준비하던 수험생은 아니었다. 대학교가 노량진과 가까웠고 공익근무관계로 동작구에 터를 잡았던 나는 3년을 매일같이 노량진을 지나다녔다. 내가 2년여를 근무했던 곳이 지금의 9호선 노들역(옛 본동가칠목) 윗편에 있는 한 사회복지관이었기 때문이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내가 주로 했던 업무 중 하나가 노량진 인근지역 어르신들에게 점심 도시락을 배달해 드리던 일이었다. 배달을 나갈 때는 복지관 차를 타고 나왔지만 도시락을 돌리고 들어갈 때는 걸어서 들어가야 했기에 자연스레 노량진의 사람들과 풍경들을 매일같이 대할 수 있었다.
당시 나 역시도 미래가 걱정되었고(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노량진에서 살아가는 청춘들 하나하나가 내 모습 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적인 수험생은 아니었기에 조금은, 한발자욱 떨어져서 노량진을 바라볼 수 있었기에, 매일같이 거닐던 노량진의 골목골목들은 내게 낭만아닌 낭만이기도 했다.
그래도, 청춘은 아름답다
그 노량진이 텔레비전 화면속에 다시 비춰지니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공익근무가 끝나고 지난 1년은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여러가지 경험을 하면서 보냈다. 출근루트로 노량진역을 이용해야 했기에 노량진의 익숙한 풍경들을 대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3년전에 처음 노량진의 골목골목을 지나갈 때나 화면 속 노량진의 지금 모습이나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았다. 미안하게도 나는 노량진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간직하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그 곳이 지금의 현실이고 아픔일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처한 현실은 다르지만 그들의 답답함이 내게도 느껴졌다.
나만의 꿈을 위해 도전하기 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 현실은...도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어제 방송은 노량진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렸다. 결코 편하고 아름답게만 그려볼 수 없던 어제의 방송..
그래. 분명 방송의 부제처럼 답답하고 고달플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어가야 한다.
지금도 노량진에서 그리고 또 다른 어딘가에서
일분일초를 아껴가며 공부하고 있을 수 많은 청춘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해본다.
그래도 청춘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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