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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cerism

만약 아넬카가 맨유로 간다면?

니콜라스 아넬카, 첼시의 주전 공격수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다.

축구계의 '저니맨'으로 유명한 그가 뜬금없이 생각난건 왜일까. 문득 축구 기사를 스쳐가다가 아스날, 리버풀의 유니폼을 입었고 현재는 푸른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의 독특한 이력이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맨시티와 토트넘의 급부상과 첼시, 리버풀의 부진으로 빅4의 위용이 과거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명성만큼은 여전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16년간 8개 클럽의 유니폼을 입고도 아직(?) 우리 나이로 33살인 니콜라스 아넬카, 방랑의 진향 향내를 풍기는 이 낯선 남자의 지난 여정을 빅4팀 소속 시절의 이야기로 돌아보려 한다.

 # 탁월한 스승 밑에서 유망주를 넘어서다, 아스날 시절

 
1979년 생인 아넬카는 조국인 프랑스의 '파리 생 제르맹'에서 데뷔했다. 뛰어난 점프력과 드리블 능력, 그리고 세트플레이 득점에 가능성을 보이던 그는 17세에 불과 했던 1997년, 유망주를 낚는 강태공 웽거의 품에 안긴다. 당시에 피파 98이라는 게임을 한창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있는데, 베르캄프, 오메르마스와 함께 뛰며 유연한 몸놀림으로 날 기쁘게 해주었던 주인공이 바로 아넬카였다. 실제로 아넬카는 1997-98시즌에 아스날이 프리미어와 FA컵을 동시석권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러한 맹활약을 인정받은 그는 1990년에 2,000만 파운드가 넘는 거액을 받고 지구 방위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다. 아넬카의 이적료는 당시 레알 마드리드 선수 중 최고액이었다고 한다. 이적 당시에 불과 스무살에 불과했던 아넬카, 실력은 이미 수준급이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다소 어렸던 것이 아닐까. 훈련 거부로 징계를 받으며 팀과 팬들의 신뢰를 잃었던 아넬카, 1999-00 시즌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그는 레알에서 더이상 뛰는 것을 원치 않았다.  

 # 짧지만 강렬했던 6개월, 리버풀 시절

스페인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자신이 처음 이름을 알렸던 파리로 돌아온 아넬카, 변함없는 실력을 자랑하던 그는 당시 리버풀을 이끌고 있던 '제라드 울리에' 감독의 눈에 띄어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다. 비록 6개월여간의 짧은 임대생활이었지만 그는 그 해 리버풀의 후반기 상승을 이끌며 팀이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공헌을 한다.

그러나 리버풀은 임대가 끝난 그를 더이상 붙잡지 않았고, 그는 아쉽게도 맨체스터 시티로 향하게 된다. 만약 그 때 리버풀이 디우프가 아닌 아넬카를 잡았다면 그의 커리어는 또 어찌 흘러 갔을까? 지금으로선 조금 먼 과거겠지만, 토레스와 아넬카가 함께 뛰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으려나?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응원하고 있을지도.. 물론 그저 '만약'일 뿐이지만.

 # 커리어의 정점에 서다, 첼시

20대 중반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빅 클럽에서의 커리어가 상당했던 아넬카, 그는 맨체스터 시티 - 페네르바체 - 볼튼 원더러스를 거치며 20대 중, 후반을 불태운다. 과거 다소 악동 같고 어느 한 곳에도 정착하지 못할 것만 같던 그에게 원숙미가 더해진 것은 아닐까?

 
2007년, 볼튼에서 활약하던 아넬카는 자신을 키워준 클럽이자 은사인 웽거가 있는 아스날로 돌아가길 원했으나 이루어지지 못했다. 경력의 정점에서 선수 본인은 아련한 옛 향수가 남아있는 아스날을 원했겠지만, 불어난 몸값과 어린 선수를 우대하는 클럽정책(?)상 그가 제1의 옵션은 아니었던 듯하다. 흥미로운 것은, 그 해 맨체스터 유나이티에서도 아넬카를 영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 (물론 루머에 그친 것 같긴 하지만), 만약 그가 붉은 유니폼을 입었더라면 베르바토프가 안왔으려나? 무튼..


어쨌든 결국 아넬카는 2008년 1월 하이버리가 아닌 옆동네 구장인 스탬포드 브릿지(첼시)로 이적하기에 이른다. 어쩌면 본인의 커리어에 있어 마지막 빅팀이 될 수도 있을 그 곳. 첫 시즌에는 당시 그랜드 감독의 로테이션 전술과 윙포워드 기용 때문인지 그동안 이어어던 득점행진이 주춤했지만 지난 08-09시즌에는 19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등극, 자신이 그저 그런 저니맨이 아님을 확실히 각인시키기에 이른다. 비록 이번 시즌은 첼시의 부진과 함께 그의 이름도 크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지만, 산전수전 다 겪고 진득함까지 곁들여진 그가 이대로 주저않지는 않을 듯 하다.    

 #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약에..

빅4라는 서로의 명성과 경쟁의식에 걸맞게 이 네 팀간의 이적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 아니다. 최근의 사례를 떠올려 봐도 첼시에서 아스날로 이적했던 갈라스, 아스날에서 첼시로 이적한 애슐리 콜, 리버풀에서 첼시로 이적한 베나윤, 그리고 반대의 이적을 감행한 조 콜 정도가 아닐까.

만약 아넬카가 과거 '헨릭 라르손'의 경우처럼 노장 히든카드로 맨유에 온다면 역사적인 '빅4 순례(?)'를 달성할 수야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아넬카의 나이나 상황(올 시즌 계약 종료후 미국행 루머..)을 고려해 보았을 때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축구공이 둥글듯이 축구계에서도 어떤일이든 일어날수 있겠지만. 과연 이 네 팀의 유니폼을 모두 입는 선수는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실없는 망상은 끝이 없다.  

각설하고, 축구계의 대표적 '떠돌이'이지만
그 어디에서도 실력 만큼은 결코 '떠돌이'가 떠돌이가 아니었던 아넬카,

그의 쫀득쫀득한 활약을 계속 기대해 본다. 

(이상, 횡설수설 대단치도 않은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